[편집자 주] AI가 전쟁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I를 군사 활동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그 범위는 어떻게 정할지 등과 관련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디프레임(deframe)은 ‘AI와 전쟁’이라는 주제로 미국 법원 소장과 의견서, 기업 공시 등의 1차 자료를 입수, 분석해 논쟁의 핵심을 추적합니다.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 서비스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이 최근 미국 국방부와 18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가 자사 AI를 사용할 때 자율살상무기와 미국 시민 감시에는 적용하지 말도록 제한을 뒀다. 그러자 미국 정부가 가혹한 불이익 처분을 내렸다. 앤트로픽은 이에 불복해 향후 AI의 향배를 가를 수도 있는 법적 투쟁에 들어갔다. deframe은 48쪽 규모의 소장 원문과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 등을 직접 읽고, 이 사건의 쟁점 및 의의를 정리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3월 9일, AI 기업 앤트로픽이 미국 국방부와 재무부, 국무부, 보건복지부, NASA 등 18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를 포함한 17명의 기관장 개인도 피고로 이름이 올라갔다.

앤트로픽은 이날 두 곳의 법원에 각각 소장을 제출했다. 하나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낸 48쪽짜리 소장이고, 다른 하나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낸 13쪽짜리 소장이다. 두 법원에 소송을 낸 이유는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두 개의 다른 법률을 동시에 동원해 앤트로픽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 각 법률에 대응하려면 서로 다른 법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3월 12일에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블랙리스트 효력을 멈춰달라”는 긴급 신청도 추가했다.

앤트로픽이 법원에 낸 소장. 왼쪽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 오른쪽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이다.(출처: CourtListener)

앤트로픽이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두가지다. ‘민간 AI 기업이 자사 기술의 군사 목적 사용에 제한을 걸 수 있는가? 정부는 그 제한을 빌미로 해당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가?’

디프레임은 앤트로픽이 법원에 낸 소장 원문을 입수해 과연 미국 정부와 이 AI 기업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 소송의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아래는 두 개의 소장 중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주장이 모두 담겨있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제출 소장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클로드는 어떻게 미군의 핵심 기술이 되었나

소장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는 미국 국방부에서 “가장 널리 배치되고 사용되는 최신 AI 모델”일 뿐만 아니라 “기밀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최신 AI 모델”이기도 하다(¶2).

클로드(Claude)는 사이버 공격·방어 작전과 취약점 탐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자율 수행에서부터 군사 작전 지원, 정보 분석, 그리고 기밀 네트워크용으로 맞춤 개발된 클로드 버전을 통한 국가안보 관련 업무 처리까지, 방위 분야에 특화된 광범위한 활용 분야를 보유하고 있다. (¶65)

2025년 7월, 국방부는 앤트로픽, 구글, OpenAI, xAI와 각각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73). 앤트로픽은 2023년부터 보안 인증, 인프라 구축, 군사 전문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의 협력 등을 통해 미군의 핵심 AI 공급자가 됐다. 국가안보 환경에 특화된 ‘Claude Gov’ 모델도 별도로 개발했다. 소장에 따르면, Claude Gov는 일반 민간 버전과 달리 기밀 문서 처리, 군사 작전 지원, 위협 분석 같은 요청을 거부하지 않도록 설계됐다(¶70-71).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앤트로픽이 처음부터 두 가지 제한을 명확히 했다는 사실이다.

  1. 사람의 판단 없이 스스로 표적을 정하고 공격하는 자율살상무기에 쓰지 말 것
  2. 미국 시민을 대규모로 감시하는 데 쓰지 말 것

앤트로픽은 이 두 가지 제한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입장이 아니라, AI 기술의 한계와 위험성을 고려한 “기술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앤트로픽은 이런 용도로 클로드를 테스트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클로드가 자율 살상전에 사용될 경우 현재로선 믿을만 하고 안전하게 작동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3)

소장에 따르면 미 국방부도 앤트로픽이 내건 이 조건을 알고 있었고, 여기에 어떠한 문제도 제기한 적이 없었다.

실제 이 사용 정책이 적용되는 동안, 국방부는 클로드 사용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한 적이 없었고 앤트로픽의 잠재적 개입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명한 적 없다. 앤트로픽은 정부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만 받아왔다.(¶79)

미 국방부의 불만

2025년 가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앤트로픽에 클로드 사용 제한 정책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모든 합법적 사용(all lawful use)”을 허용하라는 요구였다(¶80). 앤트로픽은 국방장관 요구에 대부분 동의했으나 자율살상무기와 대규모 감시, 두 가지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수개월간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다가, 2026년 2월 분위기가 급변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앤트로픽 CEO 면담을 앞두고 펜타곤 내부 입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는 2월 16일 펜타곤 소식통의 말을 보도했다.

“(앤트로픽의 기술을 우리 시스템에서) 걷어내려면 엄청나게 골치 아플 거다. 우리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다.” (¶83)

2월 23일에는 펜타곤 고위 관리가 예정된 면담을 두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우호적인 만남이 아니다. 할 거면 하고, 아니면 빠지라는 거다(This is a shit-or-get-off-the-pot meeting).” (¶85) 

여기서 "shit or get off the pot"는 직역하면 “볼일을 보든지 아니면 변기에서 내려오든지 하라”는 뜻의 속어다. “당장 결정을 하든지, 아니면 빨리 나가라”는 의미로 쓰인다. 고위 관리가 공식 면담을 두고 이런 표현을 쓴 것 자체가 협상이 아니라 압박이었음을 보여준다.

최후통첩에서 소송까지

2월 24일 —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면담한다. 헤그세스는 최후통첩을 내린다. “4일 안에 (정부의 요구에) 동의하라. 안 하면 두 가지 중 하나다. 국방생산법을 발동해 강제로 앤트로픽 AI 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해 앤트로픽을 퇴출시키겠다”(¶85).

국방생산법은 국가 비상시에 민간 기업에 물자 공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이다.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지정은 특정 기업의 제품을 군 조달에서 배제하는 조치다.

앤트로픽이 법원에 낸 소장은 이 위협의 모순을 직접 짚는다.

다시 말해, 이 관리는 앤트로픽이 국방에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국가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86)

2월 26일 — 앤트로픽 CEO 아모데이가 공개 성명을 낸다.

군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민간 기업이 아니라 국방부다. 앤트로픽은 그것을 이해한다. (…) 양심상 [국방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모데이가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자율살상무기와 대량 감시 관련 사용 제한 조건을 풀라는 국방부의 요구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이 두 가지 용도로 테스트한 적이 없고, 안전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고 밝혔다(¶2). 나머지 군사 활용에 대해서는 국방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2월 27일 — 최후통첩 시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린다(¶88).

트럼프는 앤트로픽을 “통제 불능(out-of-control)” “급진 좌파 워크 기업(RADICAL LEFT, WOKE COMPANY)” “좌파 미치광이들(Leftwing nut jobs)”이라 불렀다. “모든 연방기관은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렇게 위협했다.

“앤트로픽은 정신 차리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따르게 만들 것이며, 중대한 민·형사상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88)

같은 날 오후에는 헤그세스가 X(구 트위터)에 “최종 결정”을 올렸다. 앤트로픽을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 to National Security)”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미군과 거래하는 어떤 계약자, 공급자, 파트너는 앤트로픽과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89). 이 게시물은 조회수 1280만 회를 기록했고, 앤트로픽은 헤그세스의 이 게시물을 법원에 공식 증거로 제출했다.

헤그세스는 앤트로픽을 이렇게 묘사했다.

“결함 있는 이타주의(defective altruism)”, “기업 도덕성 과시(corporate virtue-signaling)”, “오만의 극치(master class in arrogance)” (¶91)

특히 “defective altruism”은 앤트로픽의 핵심 철학인 “effective altruism(효과적 이타주의)”을 일부러 비틀어 조롱한 표현이다. 헤그세스는 앤트로픽이 “더 애국적이지(more patriotic)” 않다고도 비판했다(¶91).

2월 27일 헤그세스의 X 게시물 중 일부 (출처: X)

헤그세스의 명령에는 이런 조항도 있었다. “앤트로픽은 국방부에 최대 6개월간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 공급망 위험이라고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6개월간 계속 쓰겠다는 것이다.

2월 28일 — 금지 명령 바로 다음 날, 미군은 이란 공습에 클로드를 사용했다. 아래는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의 보도 내용이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이 만든 바로 그 도구를 사용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101)

3월 5일 — 트럼프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앤트로픽을 퇴출시켰다. 앤트로픽은 곤경에 처했다. 내가 개처럼 내쫓아버렸기 때문이다(I fired [them] like dogs). 그들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103)

3월 9일 — 앤트로픽은 국방부와 18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이 주장하는 다섯 가지

앤트로픽의 소장은 정부 조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1.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법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관련 담당자와 협의하고, 서면으로 결정을 내리고, 의회에 알려야 한다. 소장에 따르면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123).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급망 위험’ 제도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 정부가 적대국이라 규정한 국가들과 연관된 기업에 적용해 왔다. 미국 기업에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앤트로픽은 소장에서 앤트로픽이 “적대국” 기업이 아니며, “적대국에 의한 방해나 교란”의 위험도 없다고 주장한다(¶121-122).

2.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처벌했다

앤트로픽의 핵심 주장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앤트로픽이 “우리 기술로 이건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정부가 그 견해를 이유로 처벌했다는 것이 소장의 논리다.

소장은 정부가 클로드의 기술적 결함을 지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한다.

어떤 정부 관계자도 클로드의 기술적 결함을 지적하려 시도한 적이 없다.(¶151)

오히려 국방부 정보보안 담당 관리는 이번 조치가 “이념적(ideological)”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위험 평가를 담당하는 관리는 “공급망 위험의 증거가 없다(there is no evidence of supply-chain risk)”며 이 결정이 “이념적으로 이루어진 것(ideologically driven)”이라 인정했다. (¶102)

3. 다른 기업들도 입을 다물게 된다

소장은 이 처벌이 앤트로픽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민간 AI 기업을 이렇게 처벌하면, 다른 AI 기업들도 자사 기술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워진다.

소송이 시작되자 법원에 9건 이상의 의견서가 쏟아졌다. 경쟁사인 OpenAI·구글의 연구자 약 40명, 마이크로소프트, 전직 군 장관 5명과 퇴역 장성 20명, 시민자유 단체, 미국 최대 연방공무원노조, 가톨릭 신학자, 250억 달러를 운용하는 투자자 연합까지. 이들이 왜, 어떤 논리로 앤트로픽 편에 섰는지는 향후 별도 기사에서 다룬다.

4.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2월 27일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발표됐으나 공식 서한은 3월 4일에야 도착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먼저 “최종 결정”이라고 발표하고, 1주일 뒤에야 서한을 보낸 것이다. 심지어 공식 서한은 2쪽짜리였고, 왜 앤트로픽이 ‘공급망 위험’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은 없었다(¶105-106). 앤트로픽에는 반박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5.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릴 법적 근거가 없다

트럼프의 “모든 연방기관은 즉시 사용 중단하라”는 지시에 대해, 소장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소장은 이 지시가 사실상 ‘특정 기업을 재판 없이 처벌한 것’이라고 비유한다. 미국 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다(¶166).

왜 이 소송이 중요한가

이 소송의 핵심은 ‘AI의 군사 목적 사용에 누가 선을 그을 수 있는가’다.

앤트로픽은 “자율살상무기와 대량 감시에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펜타곤은 “모든 합법적 사용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앤트로픽은 “다른 업체로 바꾸고 싶으면 전환을 도와주겠다”고까지 제안했다. 실제로 대안은 있었다. OpenAI는 펜타곤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계약을 맺었고, xAI도 기밀 시스템 접근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도 펜타곤은 앤트로픽을 처벌하는 쪽을 택했다.

경쟁사 연구자, 마이크로소프트, 퇴역 장성, 연방공무원 노조, 가톨릭 신학자, 가치 기반 투자자까지 앤트로픽 편에 선 것은 이것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때, 누군가가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걸려 있다.

소송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3월 10일 일정 조율 회의에서 판사가 정부 측 변호사에게 “심리 전까지 추가 보복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정부 측은 거부했다. 판사는 당초 4월 초로 예정되었던 가처분 심리를 3월 24일로 앞당겼다. 앤트로픽이 선서 진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26년 공공부문 예상 매출 5억 달러 이상이 “대폭 줄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AI 기본법 제4조에 따라 국방 목적 AI를 법 적용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군사 목적 사용과 관련한 제한선을 둘러싸고 거대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런 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송의 배경 — 2018년 구글 직원 3,100명의 서한부터 이번 이란 전쟁까지 8년간의 흐름은 [AI와 전쟁 2편]에서 다룬다.


출처

  • Anthropic PBC v. U.S. Department of War, 3:26-cv-01996 — 소장 전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제출, 48쪽.
  • Anthropic PBC v. United States Department of War, No. 26-1049 — 소장 전문, 워싱턴 D.C. 연방법원 제출, 13쪽. 헤그세스의 X 게시물 전문과 공식 통지서가 증거로 첨부돼 있다.

이 기사의 모든 인용문은 소장 원문에서 직접 가져왔으며, 소장의 단락 번호(¶)를 함께 표기했다. 소장 원문은 위 출처 링크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