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용을 대체한다면?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
📑 AI冲击就业,如何构建“互动补偿”公共政策机制 [원문링크]
📑 How to Build an “Interactive Compensation” Public Policy Mechanism in Response to AI’s Impact on Employment [영문 번역본 링크]
AI는 세계 각지에서 노동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AI의 고용 영향 담론은 영미권의 논의에 치우쳐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 일자리 고민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2026년 9월 17일에 공식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졸업 시즌을 맞아 학생을 제외한 청년 실업률이 18.9%까지 치솟았다. 중국 전문 매체인 <더 와이어 차이나>는 중국의 대졸 청년들이 전공과 무관한 직종으로 밀려나는 ‘수평적 미스매치’를 넘어, 자신의 학력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단순직을 수용하는 ‘수직적 미스매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침체에 AI의 초급 사무직 채용 대체까지 더해지면서 석사·명문대 졸업생들이 초봉 5,000위안(약 90만 원대) 안팎의 단순 사무직이나 고객센터(CS) 직무로 하향 지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대졸 청년이 받을 수 있는 임금도 전반적으로 하락한다. 한편 고용주가 신입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진다. 개인의 노력이나 시장 메커니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다.
아시아권의 학자들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 5월, 북경대학의 장단단(张丹丹) 교수와 싱가포르 경영대 경제학부 리자(李嘉) 교수는 ‘인공지능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보상적" 공공 정책 메커니즘을 어떻게 구축할까?(AI冲击就业,如何构建“互动补偿”公共政策机制)’라는 기고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논고는 AI의 일자리 대체가 단순히 기업의 비용 절감을 넘어 총수요 외부효과(aggregate demand externality)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고용 대체의 외부효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당연히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 역량도 감소한다. 이런 노동자가 많아지면 결국 경제 전체의 수요가 위축되고, 다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주문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것이 AI 일자리 대체의 외부효과라고 장단단과 리자는 설명한다.
AI의 영향으로 고용에 변화가 생길 때 정부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각각의 기업은 자사의 이익만 계산하고 사회적 비용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도 총수요에 대한 영향을 ‘내부화’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경쟁이 심하고 분산되어 있을수록 고용 대체의 총수요 외부효과는 더 커진다.
과거에는 산업들 간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했으므로 노동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옮겨갈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AI 기술은 매우 수평적으로 확산된다.
속도도 문제될 수 있다. 노동자가 새로운 훈련을 받는 속도나 새 일자리가 생겨나는 속도보다 AI가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문제는 단기 마찰적 실업이 아니라 장기적 총수요 부족이다. 사회복지 재정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국의 정책 방향
이미 정책적 개입을 시작한 나라들이 있다. 개입의 방향은 각국의 제도와 노동시장 상황, 정부의 역량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논고는 세계 각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 싱가포르 - 협력적 거버넌스와 재교육 지원
- 싱가포르는 AI를 국가 경쟁력과 산업 전환의 핵심으로 바라본다. AI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용 안정도 이뤄내려 한다.
- 협력적 전환을 정부가 주도하며, AI를 산업정책 이슈로만 보지 않고 노동시장 거버넌스에도 통합한다. 노사정 3자 대화의 전통을 가진 싱가포르는 지난 4월 노사정 고용위원회를 발족했다.
- 싱가포르의 AI 거버넌스는 “일자리를 지켜내자”가 아니라 “채용 가능성을 지켜내자”라는 논리를 따른다. AI로부터 기존 일자리를 그대로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기보다, 노동자가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평생학습과 직업역량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 인력개발 전담 부서를 두고, 전 국민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스킬스퓨처(SkillsFuture)를 운영한다. 교육과정은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skill)에 중점을 둔다.
- 비자발적 실업자를 위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서, 연령과 무관하게 6개월 동안 재교육을 받으며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
🇪🇺 유럽연합(EU) - 노동력 대체 속도 늦추기
- EU는 수평적 입법과 사전 규제를 통해 AI를 규제한다.
- EU AI법(EU AI ACT, 2026년 8월 시행)은 노무관리(채용, 업무 배정, 성과 평가, 승진, 해고 등)에 활용되는 AI 시스템을 ‘고위험 AI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체계적으로 규제한다.
- 기업들은 고위험 AI 시스템을 도입할 때 사전에 위험성 평가, 알고리즘 편향 테스트를 시행해야 한다. 또 인간이 감독하는 메커니즘(human-in-the-loop)을 설계해야 한다.
- 기업들은 고위험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노동자 대표 및 그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 즉 EU는 기업의 노동력 대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지 않지만, 대규모 노동 대체의 비용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체 속도를 늦춘다.
- AI의 고용 영향에 대한 접근에서 EU의 우선순위는 기술 도입 촉진이 아니라 기술 활용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다.
🇺🇸 미국 - 주정부 단위로 분절된 거버넌스
- 2025년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기술 리더십”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규정된다.
-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규제의 부담(regulatory burdens)”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 2025년 7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AI 정책 방향이 수록된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했다. 여기서 노동시장 관련 항목은 보조적인 이슈로 잠깐 언급만 되고, 기술 혁신과 산업경쟁력 우위가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 AI 기술에 대한 구체적 제한이나 규제는 일부 주정부와 지역 규제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다.
- 캘리포니아주 SB951 - AI 또는 자동화 시스템이 주된 원인인 대량 해고나 직무 폐지가 발생할 경우, 고용주는 영향을 받는 노동자에게 미리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 뉴욕시 지방법(Local Law) 144 - 자동화 채용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매년 알고리즘 편향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 일리노이주, 콜로라도주 등에서도 일터 AI 관련법을 제정했다.
- 전반적으로 미국의 주법과 규제는 AI의 노동 대체를 막으려 하기보다 AI의 노동 대체가 공정하게 이뤄지느냐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 중국 - 충격 대응에서 적극적 거버넌스로
- 중국은 노동력 대체 자체를 제한하려 하기보다, AI가 가져올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한다. 즉 ‘성장 속의 거버넌스’를 추구한다.
- 최근에는 AI와 고용에 관한 정책 방향이 ‘주의 깊은 관찰’에서 ‘적극적 거버넌스’로 전환하고 있다.
- 2024년 ‘AI 플러스 구상 실행에 관한 국무원의 의견’에서 AI 도입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는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기술의 충격을 예방, 완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 2026년 3월 확정된 제15차 5개년 계획에는 “양질의 완전고용 촉진”과 “고용친화적 발전모델”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면서 고용 안정책과 사회 보장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각국의 정책 방향을 요약해보자. 싱가포르는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재교육 지원에 집중한다. 전통적으로 노사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온 EU는 AI의 고용 대체 속도를 늦추려 한다. 미국은 AI산업의 경쟁 우위가 최우선이며, 연방정부가 규제를 회피하는 가운데 주정부들이 새로운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AI를 전산업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최근 들어 고용 충격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한국 정부는 AI 산업 초격차 확보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한다. 그러면서도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즉 한국도 재교육과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 방향을 공유한다. 다만 한국은 노사정 협력의 거버넌스가 아직 모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저자들의 정책 제안
저자들이 제안하는 정책 방향은 하나의 기금, 두 개의 기둥, 세 개의 지원책으로 정리된다.
- 하나의 기금 - AI 고용 보상기금이다. 기술 발전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가 노동시장 조정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
- 두 개의 기둥 - 단기적으로는 AI 노출도에 따른 고용 리스크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체계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평생학습과 기술 축적이 가능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 세 개의 지원책 - 유연 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실업보험의 역할을 확대하고, AI가 창출한 생산성 향상의 결실을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로 안정적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I 시대의 노동시장 구조에 맞게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자는 제안들이다. 하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완전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싱가포르처럼 거버넌스를 잘 만들고 재교육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중국은 국내의 고용안정에 얼마나 우선순위를 부여할까? EU의 일터 AI 규제는 치열한 국제 경쟁의 현실 앞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될까? 많은 것이 물음표로 남는다.
그래도 저자들이 강조한 ‘AI 고용 대체의 외부효과’에 대한 대처는 중요하다. 개별 기업의 단기 이윤은 늘어나더라도,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몫이 줄어들면 거시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발전만이 아니라 각국의 거시경제 및 노동시장 상황과 제도적 역량에도 좌우될 것이다.
🗄️ 참고자료
본문에서 다룬 미국 주정부 규제의 사례로, 캘리포니아가 올해 9월 서명한 SB 947이 AI·자동화 시스템의 해고 판단에 사람의 확인을 의무화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