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AI: 생산성 향상이 ‘괜찮은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ILO 사무국 (2026.04). AI in manufacturing :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for promoting decent work, productivity and a just transition [원문링크]
제조업에 AI가 도입되면서 노동과 생산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후 로봇 도입과 일자리를 둘러싸고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시대적 흐름이니 제조업 현장에서도 신기술 도입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 질문은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던져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른 만큼, 이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질문의 한복판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조업의 AI 도입이 가져오는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제조업 AI 도입 자체를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적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노동권 보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AI 도입 과정의 거버넌스에 노동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제조업 현장에서는 대개 경영진 주도의 하향식 기술 도입이 이뤄진다. 특히 제조용 로봇과 AI는 원청 대기업의 정규직 공정보다 하청·사내하청 업체의 부품 물류 공정부터 도입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고용 위협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원청이 상시적으로 단가인하 압력을 가하는 구조에서는 안전 투자마저 뒷전으로 밀린다. 그래서 보고서가 강조하는 ‘노동자 참여’와 함께, 한국에서는 ‘공급망 전체의 고용 보호’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보고서에 소개된 독일 에어버스와 미국 포드 사례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노동자가 기술 도입 과정에 실제로 참여한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독일 에어버스: 노동자평의회가 신기술 도입의 규칙 설정과 노동자 교육 지침 개발 등에 참여했다.
- 미국 포드: 신기술을 도입할 때 노동조합에 서면으로 사전 통지하고 그 기술의 영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틀을 만들었다.
긍정적인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기술이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 아르헨티나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는 AI 모니터링이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노동자의 회복 시간을 앗아갔다.
- 말레이시아 자동차 산업에서는 감시 및 모니터링 기술이 노동자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급여에 반영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AI 시대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질은 양립 가능할까. 이 보고서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되,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짚는다. 제조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도입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