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프레임 리서치’는 AI·자동화·노동·거버넌스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주요 연구 자료를 선별·해설하는 코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미국 오픈마켓 연구소(Open Markets Institute)에서 발간한 「빅테크 억만장자를 위한 구제금융은 안 된다: AI 버블이 붕괴할 때를 위한 정책(No Bailouts for Big Tech Billionaires: Policies for When the AI Bubble Bursts)」(2026년 5월)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Matthew U. Scherer, Open Markets Institute (2026.05). No Bailouts for Big Tech Billionaires : Policies for when the AI bubble bursts [원문링크]

AI는 버블인가, 아닌가? 이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버블은 터지고 나서야 그것이 버블이었음이 확정되니까. 다만 AI의 기술적 성과와 별개로, 주요 AI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가치평가가 과도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커져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장의 불안은 크게 두 가지다. 주요 AI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투자(CAPEX)에 상응하는 이익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그리고 그 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AI 기업들의 자본투자가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막연한 불안만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AI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연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과잉투자-주가 하락-관련 산업 침체-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8월 들어서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성적인 열광인가, 또 하나의 닷컴 버블인가”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에서 AI 버블 붕괴를 경고했다.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면 ‘버블이 붕괴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바로 이런 취지에서 미국 오픈마켓 연구소는 ‘빅테크 억만장자를 위한 구제금융은 없다: AI 버블이 붕괴할 때를 위한 정책(No Bailouts for Big Tech Billionaires: Policies for When the AI Bubble Bursts)’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매우 선명하게 입장을 밝힌다. ‘지금 AI는 버블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보고서는 현재의 AI 열풍을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이나 2000년대 닷컴 버블보다 더 위험한 거대 투기 버블로 바라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AI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증거가 부족한데도 과도한 기대감으로 시장 집중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 현재 AI 기업들은 ‘현금 소각로’와 같은 상황이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연간 AI 매출은 2026년 예정된 인프라 지출의 4% 정도에 불과하다.
  • AI 기업들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운용하고, 불투명한 회계 기법으로 재무 위기를 숨기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 버블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의 대응이다. 기술 혁신이라는 환상을 무책임하게 키워온 빅테크 기업들의 도박을 국민의 혈세와 연금으로 받쳐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내 구제금융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AI 버블이 붕괴할 경우 기업들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제금융 정당화 논리를 미리 반박한다. 또 버블이 터지고 위기가 찾아올 때,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 실물 경제와 일반 시민들을 가리킴)’를 지원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의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 한국 경제는 반도체 부문은 호황인데 여타 부문은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투 스피드 경제(two-speed economy)의 모습을 보인다. 
  • 그런데 한국의 반도체 호황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에 의존한다. 
  • 향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가 중단될 경우 한국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제 전반이 충격에 휩싸일 수도 있다. 

시장은 이미 그런 우려를  반영해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네 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고려하지 않고 낙관적인 경로만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AI에 올인하는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속도전’을 외친다. 경제를 이렇게 베팅하듯이 운용해도 될까. 위기의 가능성을 직시하고 대비하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미국 오픈마켓 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독자에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