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프레임 리서치’는 AI·자동화·노동·거버넌스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주요 연구 자료를 선별·해설하는 코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미국 노동조합총연맹(AFL-CIO)에서 발표한 「노동자 보호를 위한 인공지능 원칙(Artificial Intelligence: Principles to Protect Workers)」(2025년 10월)이라는 선언문이다.

AFL-CIO, Artificial Intelligence: Principles to Protect Workers [원문링크] 

일하다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면? AI가 내 표정과 웃음을 실시간 추적해서 데이터화한다면? 이미 이러한 일은 콜센터나 물류센터 등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곧 내게도 닥칠 수 있다. 일터 AI 도입을 규정하는 원칙이나 법률이 미흡한 상태가 유지된다면 말이다. 

한국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올해 초, 2030년까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수많은 실행 과제를 발표했다. 정책권고 대부분은 ‘산업’과 ‘기술 경쟁력’, ‘AI 인재 양성’에 맞춰진다. 전체 326개 권고 중 고용노동부 주관은 단 8개. 그중 다수는 재교육·고용서비스에 관한 것이다. 「AI시대 일자리 변화 대응 및 고용안정 종합계획」, 「포용적 노동 전환 국가 전략」 등 종합 전략 수준의 권고도 포함되어 있으나, 모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구축하는 행정 주도 방식이다.

일터에 AI 신기술이 도입될 때 노동자는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할까?

일터에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가 자리를 잡은 경우, 단체협상이나 노사협의를 통해 AI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에 관한 협의가 가능하지만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약 13%에 불과하다. 또한 ‘협의’가 ‘합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현실에서 협의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는 사업장별로 다르다. 

한국 최대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는 2025년 산별교섭에서 AI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 합의를 거쳐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AI 도입 전에 고용보장 대책을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고용에 대한 보호가 약하고 노조 가입률이 낮아서 AI 도입 과정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부족하다. 이미 취약한 위치에 있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비임금 노동자 역시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한 대응이 어렵다. 

한국에서 AI가 개발되는 과정이나 일터에 AI 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은 자본이 주도하며 노동력 대체 위주로 진행된다. 규칙의 공백 상태가 길어진다면,  AI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무분별하게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고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우선 큰 틀에서의 원칙이 필요하다. AI 기술 도입이 빠른 미국에서 노동자들은 이미 움직였다. 

AFL-CIO는 미국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 연합체로, 65개 산별·직종별 노조가 모여있으며 약 1,500만 명의 노동자를 대표한다. 지난해 10월, 이 AFL-CIO는  ‘AI 시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8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AFL-CIO가 발표한 ‘AI 시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8가지 원칙’ 보고서 일부 캡쳐

8가지 중 첫 번째는 “일터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은 노사 협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밖에 눈에 띄는 내용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노동자들은 데이터 수집과 사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데이터 수집은 명확한 동의 및 자발적 참여(opt-in)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 AI가 일자리를 파괴하거나 대체할 경우 적절한 사전 통지가 있어야 하며 재고용, 소득 보전, 재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 AI가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공공성이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이 국가AI행동계획안에 대한 비판 의견서를 발표하고, 콜센터 노동자들이 ‘AI 도입 노사 사전협의제’를 요구하는 등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런 맥락에서, AFL-CIO가 수립한 ▲공정하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고 ▲노동자 중심적인 AI를 위한 8가지 원칙의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